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디스커버리 케이블 TV 채널에서 <메가 스트럭쳐>와 <이것이 최고의 건축물이다>란 시리즈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 있다.(아마 지금도 계속 재방송하고 있을 것이다.) 거대한 구조물-빌딩, 선박, 다리, 터널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띄엄띄엄 보긴 했지만 아주 재밌는 내용들이 많았다. 중간에 광고가 너무 자주 들어가서 맥이 끊기는 것만 뺀다면 집중해서 볼만한 프로그램이다.

<메가 스트럭쳐> 시리즈 중에선 '한국 조선의 힘, 슈퍼 LNG선'도 포함되어 있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18개월 동안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취재했다고 한다. LNG선 건조과정도 흥미로웠지만, 18개월 동안 한 가지 주제를 집중해 취재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저력이 부럽다.


각설하고, 인간은 지구상에서 거대한 건축물을 생존과 과시의 수단으로 삼은 유일한 '종(種)'이 아닐까. 창세기에 하나님의 세상을 뒤덮는 홍수로 인류를 절멸시키지만, 노아에게 '거대한' 방주를 지어 홍수를 피하라 명한다.

그리고 대홍수가 지나간 뒤 노아의 후손들은 바빌로니아(바벨탑을 쌓기 전엔 시날이라고 불렸다)에 하늘에 닿을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인 바벨탑을 쌓는다. 하지만 바벨탑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말을 흩어 의시소통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바벨탑의 건설을 막는다. 이 내용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래 바벨탑과 관련된 성경 구절은 '건축'하는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준다.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또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그런데 크고 높은 건축물을 쌓아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는 뭐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장비를 꼽으라면 바로 타워 크레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고층 건물 공사 현장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타워 크레인을 보면서 건축물이 아닌 타워 크레인은 어떻게 저렇게 높이 올릴 수 있을까 궁금했다.

길을 가다 높이를 조절하고 있는 타워크레인을 보았다.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진 높이 조절을 자동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 했었는데 웬걸 마스트(MAST, 타워 크레인의 기둥)를 블록처럼 쌓아올리고 일일이 사람이 망치를 두드려 리벳을 박고 손으로 볼트를 조여주어야만 하는 방식이었다.


마스트를 제대로 연결하지 않으면 타워크레인은 조금만 무게중심이 맞지 않아도 쓰러질 것이다. 사람 손이 꼼꼼하게 가지않으면 결국 아무리 힘 좋은 기계라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결국 거대한 건축물도 땀흘리는 노동자의 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 사진의 타워크레인 각부 명칭은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홈페이지(www.ktcotu.org)에서 참고했다.